퇴후지지(退後之地)
퇴후지지(退後之地)
우리 조상들은 40대가 되면 두 군데의 장소를 물색하였다.
한 군데는 ‘신후지지(身後之地)’였고 다른 한 군데는 ‘퇴후지지(退後之地)’였다.
신후지지는 자신이 죽으면 묻힐 묏자리를 말한다.
죽음에 대한 준비였다.
퇴후지지는 벼슬을 그만두고 난 뒤에 쉴 만한 곳이었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바위가 있고 노송이 우거진 소나무가 있는 곳에다가 초가삼간을 지어 놓고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살고 싶어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퇴후지지를 마련해서 거기에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전남 장성에 사는 변동해(51).
그는 군청에 근무하던 평범한 공무원이었지만 평소부터 가슴에 품어왔던 소박한 꿈이 있었다.
지난 1999년에 장성의 축령산 자락에다가 ‘세심원(洗心院)’이라고 이름을 붙인 황토집을 지었다.
박봉의 월급을 쪼개서 지은 집이었다.
방바닥에 숯도 집어넣고 마루는 축령산에서 나는 편백나무를 깐 탓에 잠을 자고 나면 개운한 집이다.
숯은 습도조절에 탁월하고 편백나무는 특유의 향을 풍기는 나무라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는 세심원을 짓고 나서 열쇠를 100개나 만들었다.
주변 친지들에게 무료로 하나씩 나누어주기 위해서였다.
‘나만 쉴 것이 아니라 당신들도 한번 여기서 쉬어 봐라!’는 취지였다.
그동안 소문을 듣고 ‘세심원’을 다녀간 사람이 약 5000명에 이른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라고 물어보니까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일은 나에게도 좋은 일 아닙니까?”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너무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고마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늘 타인을 대하고 나눔에 있어서 이 작은 원칙을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작은 것부터 나누고 맘쓰는 일이 내게도 있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