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관한글
자꾸 벗어나기
2006년 즈음, 그러니까 아직 임용되기 전에 한 학교에서 복음서를 가르쳤다. 한 학생이 어떤 구절을 들어가며 내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복음서 전공인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구절이었다. 이상하게 여기면서 도대체 그 구절이 어디 있냐고 했더니 마가복음 16장 후반부라고 답하였다. 신약학자에게 마가복음은 16장 8절에서 끝난다. 이후에는 후대 사본이기에 사실 본문비평 등에 관심이 있지 않은 한 학자들은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거기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신약학을 시작하고 난 후에 거의 읽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바울 서신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른바 제2바울서신이라고 부르는 서신들을 공들여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저 바울 및 초기 교회에 관해 알아갈 때 개괄적으로 파악한 것 이상의 열심을 내 공부하지 않은 것이다. 역사비평이 빚은 결과일까라고 자문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역사비평이 문제가 아니라 역사비평을 수용한 내 태도의 문제였다. 마가복음 16장 8절 이하도, 제2바울서신도 따지고 보면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이고, 매우 귀중한 내용이다. 해방과 진실을 알아가려는 방법에서도 한 발 벗어나니, 그것도 복되다.

